Windows Recall에 대한 개인적인 우려
개인의 안전을 위해 혹은 편의를 위해 우리집 내부를 찍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겠습니까? (Y/n)
윈도우 Recall이 기어코 24H2에 탑재된 듯 하다. 그리고 기존에 사용할지 말지 선택사항을 준다고 약속했었지만, 거의 강제로 사용할 수 밖에 없도록 코딩된 것처럼 보인다. (아래 영상 참고)
Recall이 발표되었을 때 국내와 국외의 반응이 너무 극명하게 달랐다. 국내는 “오.. 좋은기능이 추가되네. 역시 인공지능이 최고야.”였다면 국외는 “대놓고 spyware를 깔려고 그러느냐?” 였다. 그리고 그 차이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국내는 거의 관심이 전무하다. 일반 사용자부터 테크 유튜버들까지 모두 그렇게 보인다.
Recall이 무얼 하는 놈인가?
Recall이 뭐하는 기능인지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실시간으로 내 화면의 스크린샷을 찍는다.
- 그렇다. 당신이 회사의 기밀 과제 문서를 작성하든, 프로그램 코딩을 하든, 연인과 카카오톡을 주고받든 말이다.
- 스크린샷은 내 컴퓨터의 로컬 저장소에만 저장한다.
- 내가 필요할 때, 키워드를 통해 이미지를 검색할 수 있다(인공지능 모델 기반). 예를들어, 1시간 전에 내가 네이버에서 검색했던 컴퓨터 사양이 뭐였나 기억이 나지 않으면 그냥 ‘컴퓨터 사양’이라고 검색하면 그 이미지를 불러와준다. (혹은 아까 내가 새로 생성했던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생각나지 않으면 ‘비밀번호’라고 검색하면 관련 이미지를 불러와준다.)
Microsoft와 윈도우는 정말로 믿을만할까?
나는 좀 섬뜩한 기분이 든다. “내 컴퓨터에만 저장하면 괜찮겠지?”, “내가 recall 기능을 disable한다고 했으니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는 그 자체로 돈이다. 인공지능은 우리 모두가 ChatGPT를 통해 보고있는 것처럼 이미 생각보다 너무 지능적이다. 인공지능은 애초에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일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런 일을 아주 잘한다. 수십년 전 데이터 마이닝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회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캐내어 마케팅에 사용하곤 했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이것이 더욱 수월해진 지금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는 MS와 윈도우 자체를 믿을 수 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윈도우를 믿지 않는다. 다음의 상황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 이미 강제로 설치한 Microsoft edge 등 프로그램들을 통해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고(telemetry)
- 윈도우에서 원드라이브를 제거했는데 어느 순간 다시 깔려있는걸 발견하기도 했었고
- 불과 며칠 전에도 edge를 수차례 제거했으나 다시 깔리는 걸 목격했다.
결국엔 이 방법 저 방법을 써가며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만(이미지의 오른쪽) 깔린 앱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찝찝한 상태(이미지의 왼쪽)로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제품을 이렇게 열성적으로 광고하고, 허락없이 마음대로 설치하고, 지워도 지워도 다시 깔아준다. 마치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들과 유사한 특성이 아닌가? 스파이웨어 말이다. (오직 사용자의 편의만을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개인적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나는 더이상 윈도우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개인으로써 취할 수 있는 Recall에 대한 대응
그럼 개인으로써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이미 데스크톱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윈도우이다. 다른 선택지는 리눅스이나, 컴퓨터를 단순히 사무용 혹은 게임용으로 사용하는 개인들에게 리눅스를 메인 OS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개인의 privacy를 포기하는 것이 맞는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몇 가지를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다.
- 리눅스를 main OS로 사용한다.
리눅스는 오픈소스다. 모든 기능들의 코드가 공개되어 있고 이들을 뜯어보는 수많은 감시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이런 Recall과 같은 기능을 몰래 내장하는 행위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리눅스를 1년 가까이 메인 OS로 사용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점도 많다. 한국에서 문제되는 점은 오로지 한글과 MS office의 사용, 은행 업무, 카톡 뿐이다. 이런 부분은 가상화로 해결하면 된다. 어차피 고성능의 pc가 필요한 작업들이 아니지 않나. - MicroWin이나 Windows util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원치않는 기능들을 제거하고 사용한다.
사용은 어렵지 않다. 위 사이트를 참고하여 불필요한 기능들을 제거하고 윈도우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아직 Recall에 대한 완벽한 대응이 준비되어 있진 않아보인다(24년 10월10일 기준). 그러나 이들은 곧 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정리하며
개인의 안전을 위해 혹은 편의를 위해 우리집 내부를 찍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겠습니까? (Y/n)
이렇게 질문하면 대부분은 No라는 선택지를 택할 것이다. 그런데, Recall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물론, 이건 MS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른 IT 기업들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뻔뻔하게 나오는 건 묵인해선 안될 것 같다. 여기서 묵인하고 어영부영 넘어가면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