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아니라 나무를 봐야할 때

숲이 아니라 나무를 봐야할 때

20 May 2025·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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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el house from [Unsplash](https://unsplash.com/photos/boat-steering-wheel-rKG7y-VyQvc)
Wheel house from Unsplash

숲이 아니라 나무를 봐야할 때가 있다. 너무 많은 걸 한번에 생각하면 그걸 모두 만족하는 답을 찾느라 시기를 놓치기 마련이다. 결국 시기를 놓치면 그 선택은 아무리 좋더라도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

선박을 운항할 때 대형 어선군을 회피해가는 경우가 그렇다. 어선군의 초입을 마주한 시점엔 우회할 길을 큰 그림에서 찾아야겠지만, 이미 그 내부에 발을 들였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 어선들에 둘러쌓였다면 차분하게 시야를 좁히고 하나씩 가까운 것부터 차례로 클리어해야만 그 시련을 통과해 나갈 수 있다.

초임시절에는 이런 유연한 생각을 할 능력이 없었다. 시야를 좁혔다 늘렸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중국 어선군을 마주쳤을 때 나는 캡틴을 호출했다. 캡틴은 차분하게 레이더의 거리 범위를 1/4로 줄였다. 그랬더니 우리 배가 통과할만큼 충분히 넓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하나씩 하나씩 차분하게 그 미로 속을 통과해 나갔다. 그것은 나에게 아주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그 후로 나도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다.

사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지금은 더 시야를 좁혀서 길을 찾아야할 때일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처음 겪는 이런 상황은 엄청난 불안을 만들고 나를 흔들어댄다. 나는 과거의 교훈을 생각해야 한다. 길은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쉬운 길을 찾으려하면 안된다. 이미 그런 시기는 지나갔고, 지금은 눈 앞에서 길을 찾아 이 시련의 터널의 끝을 찾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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